[KBL] 문태영과 챈들러가 이어가는 ‘타짜론’

2009/12/23 by   ·   No Comments

12월 23일 창원에서 열린 4위 동부와 5위 LG의 경기는 1.5경기차인 양 팀의 맞대결이라 중위권의 판도에 빅뱅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빅매치였다.

특히 이날 경기는 득점부분 2위인 문태영과 4위인 챈들러의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평균 21.11점을 넣는 문태영이나 18.7점을 넣는 챈들러는 양 팀 공격의 핵심임에 틀림 없는 선수들이다. 게다가 소위 한 번 ‘미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는 득점 본능에 승부처에서 자신이 꼭 해결 하고픈 승부사 기질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다. 물론, 이러한 ‘타짜 본능’이 때로는 팀을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동부의 확실한 타짜로 자리매김한 챈들러

우선 동부의 챈들러는 강동희 감독에게 이미 ‘타짜’칭호를 받았을 만큼 팀 공격의 중심이다. 이미 지난 두 시즌 동안 KT&G에서 평균 22.9점 3점슛 2.2개 9.1리바운드와 25.5점 3점슛 2.3개 8.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한 챈들러는 낮은 높이(196.5cm)와 약한 수비에도 불구하고 동부의 지명을 받는데 성공했다.

일단, 올 시즌 역시 평균 23분 43초를 뛴 것에 비해 18.7점(4위) 3점슛 1.6개 4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라는 것은 분명 제 몫은 해주는 셈이다. 지난 시즌 20점대의 득점은 모두 30분 이상 뛰면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챈들러의 이러한 ‘타짜 본능’은 때로 팀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곧잘 연출한다. 무리한 공격과 독불장군 같은 플레이로 팀이 패한 경기도 적질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특이한 대목은 지난 주 KT&G와 삼성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둔 상황이다. 챈들러는 12-10점으로 평균 이하의 성적을 거뒀지만 팀은 정작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물론, 챈들러가 무득점에 그친 11월 22일 모비스전(66-70)이나 부상으로 고작 1분 41초를 뛰면서 3점에 그친 12월 2일 대구 오리온스(81-82)전에서 패한 것을 생각하면, 그의 슛이 터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둔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었다.

그 문제의 해답은 바로 조나단 존스에 있었다. 지난 시즌 KTF와 KT&G에서 뛰면서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진 존스가 이 두 경기에서 각각 16점 13리바운드-20점 9리바운드로 챈들러가 가지지 못한 부분에서 자신의 장점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웨이트는 약하지만 206.6cm라는 빼어난 높이와 팀 플레이를 생각하는 성실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결국 챈들러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동부였지만, 최근 그의 단짝인 존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그에 대한 의존도 역시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LG 농구의 중심에 선 문태영

챈들러와 마찬가지로 LG의 올 시즌 성적을 이야기할 때 문태영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것이 그리 많질 못하다. 만약 LG가 하프코리안 3순위로 문태영을 지명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성적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시즌 평균 33분 40초를 뛰면서 평균 21.1점 7.7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한 ‘문태영 빨’을 앞세워 LG는 이미 16승(12패)를 거둬 5위에 랭크 된 상태다.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7위 안양 KT&G와의 승차가 7경기나 되기 때문에 6강 PO는 무난하게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비록 2위인 KT와의 승차는 4경기로 제법 나지만, 3위 KCC(18승10패)와의 승차는 2경기 밖에 되질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순위 상승도 노려봄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순위에도 불구하고 LG의 경기력은 가끔 보면 하위권 팀만도 못한 경우가 있다. 특히 문태영이 올 시즌 평균 기록한 21.1점 이하의 득점대를 기록한 15경기에서 LG가 거둔 성적은 6승(9패)밖에 안 된다는 것 역시 문태영에 대한 LG의 의존도를 말해준다. LG가 이긴 16경기에서는 평균 25.2점을 기록한 반면, 패한 12경기에서는 평균 15.7점으로 10점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4R 첫 경기까지 치른 상황에서 10점차 이상의 대패가 무려 7번이나 있었다. 이런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속수 무책’으로 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문태영의 침묵’이었다. 상대가 문태영에 대한 철저한 수비를 들고 나올 당시 아직까지 한국 농구 스타일에 비교적 익숙하지 못한 문태영이 고전했기 때문.

단적인 예로 3R까지 전승을 거둔 KT의 경우는 김영환-송영진-박상오 등 장신 포워드에 다른 선수들의 빠른 헬프와 트랩 디펜스를 통해 문태영을 무력화 시킨 바 있다. 그의 비중을 감안해 아예 외국인 선수를 붙인 팀도 있었지만, 그것 보다는 ‘물량 공세’가 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이렇듯 문태영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그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선수가 있다. 바로 올 시즌 큰 기대를 받고 영입된 센터 크리스 알렉산더.

올 시즌 평균 14.3점 9.9리바운드로 성치 않은 무릎에도 불구하고 이름값은 해주고 있지만, 문태영의 공-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212.5cm의 장신 센터인 알렉산더의 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센터형 백인 외국인 선수인 브래드 쇼를 퇴출시키고, 득점이 좋은 포워드형 외국인 선수 제임스 피터스를 영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센터인 알렉산더의 활약은 문태영의 활동 반경과도 직결되는 셈이다

타짜들의 활약에서 갈린 승부

12월 23일 양 팀간의 맞대결에서 동부는 아예 챈들러를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대신 문태영 수비는 김주성에게 맡겼다. 공-수의 맞대결에서 의외로 김주성과 문태영의 매치업이 이루어진 셈이다.

문태영의 득점에 발동이 걸릴 기미가 보이자 동부는 1쿼터 1분 52초를 남기고 챈들러를 투입 시켰다. ‘타짜’ 챈들러는 들어서자마자 첫 공격을 3점포로 연결시키면서 경기의 전세를 뒤집었다. 특히 LG는 문태영이 골밑이나 미들 라인에서 주로 하던 공격을 하기보다는 외곽에서 주로 공격을 전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문태영이 아예 다른 작전으로 나오자 동부는 김주성은 물론이고 식스맨인 진경석-김명훈까지 붙여가면서 수비에 나섰지만, 전반 18분 11초를 뛰면서 3점슛 2개 포함 무려 16점을 몰아넣었다. 반면, 챈들러는 고작 8분 27초를 뛰면서 5점.

3쿼터 첫 공격에서 챈들러가 이례적으로 문태영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나 공격자 파울로 선언 받자 강동희 감독은 바로 작전 타임을 부르며 챈들러의 ‘기 살리기’에 돌입했다.

이러한 강동희 감독의 배려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챈들러는 자유투 다섯 개와 연속 골밑 득점으로 9점을 몰아치며 팀의 51-48 역전을 이끌었다. 이후 문태영 역시 골밑 득점 두 개와 자유투로 54-54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후 챈들러의 3점포와 문태영의 골밑 득점이 번갈아 나오면서 3쿼터 역시 동점으로 마무리됐다.

결국 ‘타짜 본능’이 드러나는 4쿼터 들어 문태영의 활약이 빛났다. 당장 11점을 몰아친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3점 플레이를 성공시킨 것이 뼈아팠다. 특히 그 직전 상황에서 챈들러가 다소 신경질적인 공격자 파울을 범한 직후였기에 그의 냉철한 플레이는 더욱더 빛났다.

이날, 38분18초를 뛰면서 3점슛 2개 포함 35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한 문태영이 15분 56초를 뛰면서 무려 21점(3점슛 2개)를 기록한 챈들러에 판정승을 거두면서 이날 승리 역시 LG의 몫으로 돌아갔다. 단순한 기량 이상으로 승부처였던 4쿼터 침착했던 문태영이 웃은 날이었던 셈이다.

묘한 것은 두 선수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보여줬던 크리스 알렉산더와 조나단 존스가 경기 막판 난투극으로 동반 퇴장을 당한 것이다. 비록 두 선수의 활약이 빼어났지만, 앞으로 추가 징계에 따라서는 문태영과 챈들러 두 타짜 들의 가는 길이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상대방의 집중견제와 조력자들의 공백을 넘어서 ‘두 타짜’들이 남은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해보자.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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