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지의 단골 손님이었던 오리온스에게 2009~10시즌도 그리 밝질 못하다. 최근 두 시즌 동안 9위와 10위를 기록한 오리온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남기 감독-김유택 코치 체제로 코칭 스테프를 개편하는 등 ‘Renew orions’라는 기치를 걸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김승현의 징계가 2R(18경기)에서 1R(9경기)로 감면되고, 나름대로 새로운 선수를 잘 발굴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오리온스의 성적은 바닥권이다.
리빌딩과 역리빌딩이 활발한 포지션
슈팅가드와 스몰 포워드 자리를 완전히 꿰찬 신인 김강선과 허일영은 일단 오리온스의 주전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 이 자리에는 오리온스에서 잔 뼈가 굵은 김병철과 오용준의 자리였지만, 이들이 패기를 앞세워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김강선이 평균 9.3점-허일영이 11.5점 3점슛 1.8개 성공률 43.9%로 제 포지션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은 두 선수는 이제 팀 내 경쟁자끼리 신인왕 자리를 다툴 만큼 뛰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두 신인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새내기 프로 사령탑’인 김남기 감독의 절대 신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시절부터 확실한 명성을 날린 것도 아닌 선수가 프로에서 주전자리를 찾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비슷한 실력이라면, 아무래도 검증된 선수를 쓰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
그러나 두 선수는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하면서 오리온스의 리빌딩에 선봉장 역할을 잘 수행해주고 있다. 적어도 슈팅가드와 스몰 포워드 자리에서는 확실히 젊은 새 얼굴이 자리를 잡은 셈이다.
젊은 선수로의 리빌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워 포워드 포지션은 오히려 프로 입단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선수들이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CC와 LG에서 새롭게 영입된 정 훈과 박광재가 그 주인공.
정 훈의 경우 올 시즌 전 경기(23경기)에 나와 평균 5.3점을 기록하면서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장신으로 그 동안 ‘만년 기대주’였던 모습을 서서히 벗어내고 있다. 특히 이동준의 부상 이후 곧잘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박광재 역시 최근 쏠쏠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과거 김남기 감독과 국제대회에서 맺은 인연으로 영입된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이동준의 부상 이후 기회를 잘 잡고 있는 것. 특히 높이가 돋보이는 KCC와의 경기에서도 박광재는 1쿼터에서만 6점을 몰아넣는 ‘깜짝 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정 훈 역시 비록 승패가 갈린 상황이기만 했지만, 4쿼터에서만 10점을 몰아넣으면서 최근의 상승세로 이어갔다.
우리나이로 각각 31살과 30살에 프로 7년차와 5년차에 각각 접어든 정 훈과 박광재에게 대구는 ‘기회의 땅’이 되어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두 선수의 활약에는 2007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오리온스에 영입된 이동준이 좀처럼 기량이 늘지 않고 잦은 부상을 당한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지우기 힘든 김승현의 그림자
그렇지만, 아직까지 오리온스의 리빌딩이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김승현 때문이다. 물론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예전과 같은 기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에 틀림 없지만, 그가 부진하더라도 마땅히 메울 대안이 없다는 것 역시 오리온스에게는 장애물이다.
물론 프로 2년차인 동국대 출신의 정재홍이나 2군에서 올 시즌 1군으로 올라온 윤병학 정도가 이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재홍의 경우 기본적으로 너무 실책이 많고, 윤병학의 경우는 나름대로 공-수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으나 주전으로 내세우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묘하게도 KCC와의 경기에서도 1쿼터 종료 2분 53초를 남기고 김승현이 강은식과의 리바운드 다툼 과정에서 부상을 당해 두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결국 오리온스의 리빌딩이 완벽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김승현에 대한 의존도. 더 나아가 김승현의 대역으로 10분 정도는 뛰어줄 선수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그 퍼즐을 맞추지는 못한 상황인 셈이다.
특히 15일 KCC와의 홈 경기에서도 김승현은 1쿼터 2분 53초를 남겨놓고 강은식과의 루즈볼 다툼 과정에서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해 코트를 비웠다. 그 자리를 정재홍과 윤병학으로 메우려 했지만, 쿼터가 거듭 될수록 오히려 김승현의 빈자리만 더 크게 느껴질 뿐이었다. 정재홍이 24분 47초를 뛰면서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했지만, 무득점이었고 윤병학은 13분 50초를 뛰면서 4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가 전부였다.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적어도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리빌딩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동시에 잡기 너무 어려운 ‘두 마리의 토끼’
물론,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하면서 성적까지 내기란 수비지 않다. FA 영입과 같은 외부 수혈 없이 성공적인 리빌딩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 울산 모비스 역시 유재학 감독을 영입한 시즌 2004~2005 시즌 7위에 2007~2008 시즌 9위 등 ‘그늘’’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당시 나름대로 신인급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줬고, 신인선수들을 착실하게 영입하고 팀의 체질을 바꾼 끝에 지금의 전성시대를 만든 것이다.
사실 모비스 역시 전신인 기아시절 워낙 강동희-김영만이라는 대형 스타가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색깔을 지우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들의 색깔을 지우고 팀을 새로운 얼굴로 개편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성적 역시 잘나오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오리온스 역시 지금의 상황이 김승현-김병철-오용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색깔을 한참 지우고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포지션에서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리빌딩이 성공하고 있지만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성적 역시 KCC전 대패로 여전히 단독 9위를 유지했다.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올 시즌까지 만약 PO 진출에 실패한다면, 세 시즌 연속 PO 진출에 실패하는 셈이다.
성적은 그렇다 쳐도 그 과정에서 ‘리빌딩’이라는 소득도 없이 너무 허망하게 시즌을 보낸 것은 아닌지. 오리온스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 아닐까?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