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민석) 시즌 초반 8연승을 내달리면서 농구 판에 소닉붐과도 같은 돌풍을 이어왔던 KT가 휘청거리고 있다.
물론, 11월 21일 경기 전까지 울산 모비스와 함께 공동 2위(10승5패)를 달리고 있는 팀이 무슨 위기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가진 뛰어난 기량보다는 열심히 뛰는 농구와 기세를 앞세워 연승을 달린 터라 약점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2패 이상으로 다가왔던 삼성-KCC전
사실 이날 경기 전 까지 KT가 당한 2연패는 그 이상의 아픔으로 다가오는 연패였다. 올 시즌 연패는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SK-모비스전 이후 두 번째다. 1승2패의 상황에서 내리 8연승을 거둬 단독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음을 감안하면, 첫 연패는 나름대로 연승으로 가기 위한 보약이라 여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삼성-KCC전은 달랐다. 탐색전의 성향이 강했던 1R에서는 낙승을 거뒀으나 어느정도 전력이 정비된 2R에서 당한 패배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삼성이나 KCC의 경우 시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뽑힌 팀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높이와 경험’이 돋보이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실한 우세 요인이 KT가 두 팀에게 연패를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거기에 상대가 재스퍼 존슨에 대한 철저한 공략법을 들고 나왔다는 것 역시 KT에게는 악재였다. 삼성의 경우 레더 대신 기동력이 좋은 토마스를 투입하며 수비에서 존슨을 괴롭혔다. KCC전에서는 KT가 의도적으로 존슨의 체력 안배를 위해 리틀이 전반-존슨이 후반 뛰는 작전을 구사하며 나름대로 대비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수비가 약한 존슨 때문에 아이반 존슨-하승진의 골밑이 살아나는 역효과가 일어났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만난 오리온스전
사실 KT가 지금처럼 돌풍을 잃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가 없었다. 특출난 슈터도 없었고, 확실한 외국인 센터를 뽑는데도 실패했다. 여기에 35살인 포인트가드 신기성의 백업 포인트가드인 최민규와 양우섭도 각각 공격에서의 약점과 부상으로 제 몫을 못 하는 등 악재가 많았다. 물론, 2-3-4번 포지션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앞세워 돌풍을 이어온 것이었다.
그랬던 KT였기에 오리온스와의 맞대결은 상당히 중요했다. 비록 1R에서는 한때 20점차 내외로 이기는등 여유있는 99-87 12점차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김승현이 없었던 오리온스였다.
김승현 가세 이후 확실히 달라진 오리온스 였음을 감안하면, 이미 2연패로 중위권까지 떨어질 위기에 처한 KT에게는 반드시 이날 승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KT나 오리온스 모두 수비로 막는 농구보다는 공격으로 넣는 농구로 구사하는 팀이라 화끈한 공격농구가 예상된 경기였다. 그만큼 KT 입장에서도 공격이 중요한 경기였다.
‘KT식 벌떼 농구’경기로 이끈 값진 승리
이렇듯 여차파면 3연패, 일정상으로는 그 이상까지도 빠질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바로 오리온스 전이었다. 이렇듯 중요한 경기에서 돋보인 것은 단연 박상오와 조성민이었다.
올 시즌 들어 유독 팀 선배였던 송영진에게 밀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던 박상오의 이날 활약은 단연 인상적이었다. 2쿼터와 3쿼터 고비에서 골밑 득점은 물론이고, 간간히 던진 3점포도 적중시키면서 팀 공격의 물고를 텄다. 사실 오리온스 전에서 송영진이 유독 강한 터라 이날 역시 박상오의 활약은 의외였다. 그만큼 열심히 뛰고, 또 교체 멤버로 들어가 제 몫을 해준 결과였다.
2-3쿼터에서 박상오가 뛰어난 활약으로 멍석을 깔자 역시 재주를 부린 것은 ‘해결사’ 제스퍼 존슨이었다. 이날 3쿼터까지도 17점 6리바운드로 좋은 활약을 펼친 존슨은 승부처였던 4쿼터 들어 단 3점에 그쳤다.
그러나 그 한 방이 4쿼터 종료 2분 12초를 남기고 탑에서 던진 3점슛으로 75-71, 4점차 리드를 이끈 것이 결정적이었다. 32분 17초을 뛰면서 20점 3점슛 2개였지만,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본능’을 보여준 셈.
묘한 것은 박상오의 활약 덕에 힘을 비축할 수 있었던 송영진이 4쿼터 들어 결정적인 3점포를 쏘아 올리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대목이다. 존슨 역시 리틀이 모처럼 제 몫을 해주면서 쉬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KT 선수층이 두터움을 과시한 경기였고, 바꿔 말하면 올 시즌 주전-비주전의 구분이 없는 KT 다운 ‘벌떼 농구’로 거둔 값진 승리였다.
관련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