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어이 또 악습이 되풀이 되고 말았다. 이미 솜방망이 처벌로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산 KBL이 이제는 아예 그 솜방망이까지 거둬들이는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KBL은 2일 강남구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제15기 5차 이사회를 통해 오리온스 김승현 선수의 출전 징계를 18경기에서 9경기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면은 오리온스 구단이 먼저 청원을 했고, 이 청원을 15기 이사회가 수용. 총재에게 건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 졌다.
이로써 김승현은 12월 2일 원주 동부전이 아닌 11월 7일 전주 KCC 전부터 코트를 다시 밟을 수 있게 됐다.
솜방망이 조차도 거둔 KBL
물론, 김승현이 그 동안 자숙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 역시 참작했다고 했다. 또한 KBL이나 오리온스가 이면 계약의 재발 방지는 물론이고 국내선수 소득조사 전면 점검 등의 자정노력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징계를 9경기로 완화시키면서 이러한 다짐의 진정성도 의심받게 생겼다.
김승현이 2008-09시즌 직후 연봉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이면계약이 있음이 밝혀졌고, 그에 따른 제재금(김승현 1천만원, 구단 3천만원)도 부과됐다. 그만큼 김승현과 오리온스 구단이 저지른 행각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고 팬들이 느낀 실망감 역시 적지 않았다.
특히 김승현의 경우 최근 몇 시즌 동안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신인 시절 보여줬던 ‘천재성’을 좀처럼 코트에서 보여주지 못한 터라 그의 이면계약 파동이 준 실망감은 아주 컸다.
이미 오리온스 구단은 징계의 효력이 발효되기 전인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징계를 완화해달라는 시도를 했고, 그 결실(?)을 결국 본 셈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감면인가?
이렇듯 이미 오리온스가 김승현의 복귀를 일찌감치 거론했다는 자체가 징계는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납득할만한 해명 없이 이루어진 성급한 결정이다. “팬과 KBL을 상대로 공개 석상에서 거짓말을 한 선수에 대한 징계가 이리 빨리 감면되면 어떻게 되느냐?”는 이야기도 팬들 사이에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8위(2승 6패)로 하위권에 쳐져 있기는 하지만, 그 2승이 삼성-SK라는 강호를 거둔 승리라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는 오리온스에게 기회균등에 의한 전력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원칙도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김승현은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임에 틀림 없다. 특히 상대 장신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뤄지는 과감한 돌파나 팀 동료를 살려주는 현란한 패스는 ‘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징계 역시 엄격하게 이루어 졌어야 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프로 스포츠는 팬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팬들까지 생각하는 결정이 이루어 져야 한다. 또한 아마추어 선수들도 프로 선수가 되어 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듣기 위해 열심히 땀방울을 흘린다. 그러나 과연 이번 결정을 팬들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미 시즌 전 제25회 아시아 남자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텐진 참사’로 불릴 만큼 최악의 성적(7위)을 거둔데다, 최근에는 신종플루까지 겹치면서 팬들이 농구장을 찾는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었다. 거기에 김승현의 이면계약 파동 역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제 그 징계까지 다시 풀어주는 악습을 KBL 스스로 반복하면서, 개그프로 못지않은 개그를 KBL과 오리온스 구단이 한 꼴이 되었다.
바스켓코리아 서민석 / 사진제공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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