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츠머스 캠프의 추억

2009/09/2 by   ·   1 Comment

2004년 나는 시즌이 끝나고 스탭들과 스카우트를 위해 미국에 갔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필립 리치의 D 리그 경기를 몇 경기보고 대학 졸업반 우수선수들이 초청되는 포츠머스 캠프에 갔다.

미국의 남동부에 조그마한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이 캠프는 1953년부터 시작했으니 역사가 꽤나 긴 전통을 가지고 있는 캠프였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에서 한 장소에 많은 선수들을 볼 수 있어 NBA와 유럽의 각 구단들이 스카우트를 하러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고 모든 에이전트들이 선수들과 계약을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주최측은 각 NBA구단의 테이블을 따로 마련해 두고 배려를 하고 나머지 관계자들은 관중석에서 일반인들과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포츠머스라는 시골의 작은 고등학교체육관에서 열리는 이 행사로 인해 이 도시는 경제가 활황을 이루고 미국에서 농구인들은 절대 알아야 할 장소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런 캠프가 이 도시에 있다는 것을 알았지 장소가 어딘지 어떻게 행사가 진행되는지 알 지 못하고 포츠머스행 비행기를 탔다. 무식이 용감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우는 이내 사라졌다. 그 비행기 안의 승객의 90%는 큰 키에 농구 다이어리 비슷한 서류들을 들고 있어 한 눈에 농구인 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린 그들만 쫓아다니면 되겠다 싶었다.

공항에서 우린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대략적인 스케줄과 자신의 호텔 그리고 내일 아침 우리가 그 사람의 숙소로 찾아가 같이 이동하는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흑인인 그는 독일에서 한 팀을 감독하는 코치로 스카우트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이윽고 몇 사람을 더 만나면서 우리의 커넥션들이 새로 만들어졌다. NBA 팀의 스카우터 몇 명과 우린 얘길 나누었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매우 의아해 했다. 하지만 그들은 금방 한국을 알았다. 포틀랜드의 “하”가 있었다. 하승진이였다.

당시 NBA 스카우터들도 하승진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았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하”가 마이너리그에서 4년만 버틴다면 NBA선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사귄 스카우터들은 나의 감독생활 내내 좋은 정보원이고 친구도 되고 코치도 되었다.

4일간 벌어진 이 캠프는 8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고 MVP를 뽑고 우승 팀을 가린다. 각 선수들의 농구 이력에 있어 중요한 경력이며 몸 값에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애런 맥기는 2002년 이 대회의 MVP 출신이다. 과거 KBL에서 제이슨 윌리포드, 에릭 이버츠, 지하시 클라인허드 등과 최근 빅터 토마스, 오타디 블랭슨, 브라이언 던스턴, 리카르도 포웰, 브랜든 크럼프, 테런스 레더 등도 이 캠프 출신이다. 하지만 선수가 NBA에 뽑힐 가능성이 매우 높으면 이 캠프에 초청을 받아도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단테 존스(1라운드 21순위), 주니어 버로(2라운드 33순위)등이 이 같은 경우다.

그 해의 포츠머스에 동양인은 우리가 유일했다. 때문에 에이전트들이 상당히 관심이 많았다. 포츠머스는 프로농구 감독이 되어 용병시장의 흐름과 생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많은 인맥과 커넥션을 만든 곳이다.

첫 날 세 번째 경기가 열리는 하프 타임에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백인이 코트에 들어섰다. 래리 버드였다. 관중의 반 이상이 그에게 다가가 줄을 섰다. 미국인들 줄 하나는 정말 잘 선다. 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나도 창피한 마음과 언제 그에게 사인을 받아볼까 하는 마음에 삐쭉삐쭉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사인을 해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오늘은 이 젊은 선수들이 주인공 입니다. 열심히 게임을 봐 주세요”라며 한 마디 했다.

관중들은 이내 자리로 돌아가고 3쿼터가 시작되며 체육관은 다시 경기모드로 돌아갔다. 그 날의 경기가 다 끝나고 나는 에이전트들과 선수들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럽의 코치들과도 명함을 주고받으며 경기장에 오래 남아있었다.

래리 버드를 기다리는 하얀 리무진도 관중들의 사인을 한 명도 빠짐없이해 주는 주인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경기가 끝나자 몰려든 모든 이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진정한 스타의 자세요, 선배로서 후배선수들을 배려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새로운 래리 버드를 보았다. 왜 미국인들이 그를 그렇게 좋아 하는지도 알았다.

[NBA구단 테이블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래리 버드]larry

바스켓코리아 추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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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츠머스 캠프의 추억
  • 말달리자

    추일승감독님의 글에는 농구의 대한 열정이 넘쳐 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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