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2009/08/28 by   ·   3 Comments

내가 농구를 시작한건 정확히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면서이다. 1학년 교내체육대회를 하면서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시작된 농구선수의 꿈은 그제서야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셨다. 늦게 시작한 운동으로 나는 기량이 훌륭한 선수 축에는 낄 수 없었다.

농구선수가 되려면 언제가 적당할까? 결론은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볼을 어릴 때부터 친해지는 것과 나중에 접하는 것과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특히 내 경험상 볼을 많이 다루는 가드 경우 초등학교 이후에 시작한 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 만큼 볼과 친숙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중학교만 하더라도 개인의 기량을 숙련시킬 시간보다는 팀 훈련과 전술에 훈련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볼 다루는 기술을 비롯한 개인기 연습은 할 시간이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훈련시간은 90%이상이 슈팅 훈련에만 몰두 나머지 개인기량을 위한 훈련은 하지 않는다.

농구공의 경우 어릴 때는 사실 크기가 자신의 손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건 사실이다. 이 때 볼과 놀아주면 자신도 모르게 각 손가락의 감각과 바운드의 특성이 우리 뇌 깊숙이 자리 잡아 그 기억들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큰 공을 제어하기 위해 각 손가락의 조절력이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고, 볼을 튀길 때 바운드의 특성이 우리 뇌와 신체의 각 부분에 전달되어 알맞게 근육을 조작하여 볼을 드리블 하게 된다. 마치 어릴 때 한번 배운 자전거는 오랜만에 어른이 되어 타면 다시 할 수 있는 이치라고 할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인연으로 농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부모님 손을 이끌고 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 대게는 중학생이거나 고1정도가 많다. 부모님은 부탁하신 말씀이 꼭 있다. “테스트는 해주시되 선수로는 안 된다고 해주시라”는 부탁이다. 나는 학생의 눈을 유심히 관찰한다.

운동선수는 눈이 생명이다. 근성과 오기가 배어 있는 눈을 보며 첫 테스트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리고 잠시 이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꿈을 위해 이상과 현실 속에서 갈등을 했을까? 아무리 어린 학생이지만 부모님을 졸라 테스트를 받으러 왔지만 나름대로 생각은 있다. “성공할 수 있을까?”

기량의 차이는 모두 비슷비슷하다 다만 체격과 신체적 조건이 중요하다 신장, 유연성, 탄력, 운동신경… 하지만 이 자리까지 학생이 온 것은 운동에 대한, 농구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없어서 이 자리까지 온 것이 아닐까?

나는 몇 년 전 NCAA FINAL FOUR를 보러가서 한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작은 시상이 있었는데 농구선수 출신 중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는 사람에게 작은 메달을 수여 했는데 중년의 신사가 이 메달의 주인공이었다.

그의 이름은 BOBBY JONES 12년간 NBA선수로 뛰면서 철벽수비로 이름을 날리던 ‘국방부장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중년의 신사는 짧은 연설에서 “농구에서 인생을 배웠고 농구에서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돌려주는 기쁨으로 산다”라고 말했다.

평소 심장병과 천식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며 12년간 다섯 번의 올스타와 11번의 수비 팀에 뽑힌 이 중년신사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로 여생을 산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은 아니더라도 농구는 배울게 너무 많다.

부모님들이여! 어릴 때 운동과 친구가 되게 해주시라. 그리고 갈증을 없애주시라. 혹은 그래도 운동을 원한다면 하게 해 주시라.

이 시대 모든 분야가 날로 세분화하여 많은 직업군속에 운동선수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맑고 깨끗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선수생활도 고된 훈련과 엄격한 단체생활에 못 이겨 포기한 학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아마 그럴 겁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강한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코치, 트레이너, 통역을 맡는 국제 업무, 구단 운영, 체육 행정가 등도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선수를 그만두고 연계된 전문직에서 훌륭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후배들 중에도 선수로서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어렵게 대학에 진학하여 프로나 실업 팀에서 운동을 이어가지 못했던 후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중견 중소기업체를 건실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동만 하고 어디서 그런 부분을 배웠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물었습니다. “형! 운동하던 정신이면 뭘 못 하겠어요?” 이들은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동호인 모임에서 못다 이룬 젊은 시절의 꿈을 작은 영웅이 되어 뛰고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 사업도 도우며 말입니다.

하고자 한다면 시키십시오. 하고자 한다면 인생을 걸고라도 도전해 보세요. 여러분 농구선수 했다고 인생이 성공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농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세요. 역경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세요

바스켓코리아 추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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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olleh

    잘읽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정식 농구부 들어가서 운동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이상원

    글 잘 읽었습니다.

  • 이상원

    “형! 운동하던 정신이면 뭘 못 하겠어요?” 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네요.

    열심히 해서 제 자식에게는 더 좋은 환경에서 농구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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