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여름 어느 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클럽선수권 대회에서 찍은 낡은 사진 한 장이다.
이 대회를 참석 하기 위해 떠나는 날 아침, 기아자동차 본사에 사장님과 임원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하지만 그 날은 공교롭게도 모 기업인 기아자동차가 부도 발표를 한 날이었다. 선수단 모두가 여의도에 있는 회사 앞 농구단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고 , 당시 최상철 단장님은 어렵게 마련한 원정비를 내게 주며 “회사에서 누구도 갈 수 없으니 네가 단장이다. 잘 싸우고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하셨다.
프로리그의 첫 시즌을 우승하고 선수단은 사기가 충천해 있었는데 모기업의 부도소식은 날벼락과 같았다. 졸지에 필자는 주무에서 단장으로 급 승격하고 경기내내 양복을 입고 있어야만 했다.
당시 허재 선수는 최인선 감독과 불화로 인해 팀에 합류하지 않고 있었다. 경기를 치르면서도 멀리 서울에서 들리는 팀의 매각이나 회사의 존폐여부를 가족들을 통해 들으며 경기를 치러야만 했다. 사진 속 두 외국인 선수는 클리프 리드와 저스틴 피닉스이고, 지금은 성남중학교 코치인 김정인이 이 대회에서 3 점슛 상을 받았다. 김유택, 강동희, 김정인, 이훈재, 심상문 등과 필자는 지도자가 되었고, 오승환과 봉하민은 각각 아마와 프로에서 심판생활을 하고 있다. 군산고등학교를 나온 권종오는 아내와 함께 LA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한편, 당시 트레이너였던 홍정기 씨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어 미국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0년이 넘은 세월, 모두가 변하고 사진도 낡았지만 웬지 “무적 기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Copyright ⓒ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